미세먼지 같은 학벌 이야기
y2k(2000년) 봄에 친구 셋과 같이 창업한 회사를 뒤로하고 홀로 서울로 올라왔다. 사무실은 홍대역에 있는 lg 팰리스 오피스텔이었고, 대표, 이사, 실장, 팀장, 기획, 디자이너 그리고 나를 포함한 7명이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고 대부분 실장 인맥을 통해 일을 수주했다. 회사명은 디지털 매트릭스였는데 줄여서 디엠이라 불렀다. 사명은 키에누 리브스 주연의 매트릭스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대표는 금수저는 아니고 은 수저쯤 되었고 미국 어바인 대학을 졸업했다. 어바인이 어느 수준의 대학인지는 모르겠으나 영어를 잘 못하는 대표가 졸업한 곳이라 그냥 돈으로 산 듯싶다. 대표는 중견기업 영업을 하다가 그만두고 현 이사의 지분을 인수해 대표가 되었다. 오피스텔이라 사장실은 따로 없었고 자신의 책상 옆벽에 어바인 졸업장을 자랑스럽게 액자로 걸어 놓았다.
이사는 나와 같은 고향이었고 한 살 어렸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는데 고시는 일찍 감치 접었고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도 있는 iwedding이라는 웨딩사이트를 만든 장본인이고 이후 채시라, 김태욱 부부에게 매각했다. 이외 명품과 럭셔리 제품을 판매하는 노블레스 쇼핑몰, 광고, 그 밖에 돈이 될만한 사업채를 만들고 팔고를 반복했다. 그중 하나였던 디엠을 현 대표가 인수했다.
실장은 이대를 졸업한 40대 초반의 딩크였다. 여자임에도 카리스마가 넘쳤고, 기가 굉장히 셌다. 첫 대면 시 사무실 빌딩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며 면담을 했었는데 당시는 2000년였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담배 피우는 여자는 처음 봤다.
팀장은 서울대 화학과 재학생이었다. 병특으로 이사 와는 선후배 사이였다. 기획자 역시 이사 와 이전 직장에서 같이 일한 동료인데 서울여대를 나왔고 차분하고 이쁘장했다.
마지막으로 실장이 데려온 이대 출신 신입 디자이너가 있다. 웹디자이너이지만 디자인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나와서 시간 때우는 정도였다. 이외 회사에서 2년 동안 근무하면서 병특 두 명을 더 만났는데, 하나는 서울대 법대였고 다른 하나는 연대였다. 연대 나온 친구의 전공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노래가 수준급이라 가끔 둘이 대낮에 노래방 가서 그 친구가 불러주는 노래를 듣곤 했다. 림프 비즈킷, 콘, 건앤로저스, 고릴라즈등등 음악 취향이 나와 비슷했다.
이들과 함께 일하면서 단 한 번도 학벌 차별이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냥 다 같은 직원이고 서로 존중하며 일했다. 다만 대표만이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대외 문서에 쓰지 않아도 되는 직원들의 출신학교를 꼭 추가했다. 그리고 스스로 흡족해하는 미소를 짓곤 했다. 당연하게도 나는 누락됐다.
학력과 학벌에 신경을 쓰는 것은 자신이 가진 콤플렉스라 생각된다. 스포트라이트 효과처럼 스스로가 만들어낸 걱정 말이다.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 나 역시 그동안 같이 일한 사람이 고졸인지 전문대 졸인지 대졸인지, 어느 대학 나왔는지 알지도 못할뿐더러 전혀 관심도 없었다. 그보다는 나와 맞는 사람인지, 말이 통하는 사람인지가 중요했다.
다만, 아쉽게도 진입장벽, 학력과 학벌에 대한 허들은 분명 존재하고 이를 극복해야 하는 문제는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