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의 이별 EP2
그동안 너무 전화하고 싶었어.
힘 없이 떨리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잠시 말이 없다가 이어지는 말.
나 전에 만나던 남자와는 헤어졌어. 헤어졌는데, 계속 연락 와서 전화번호도 바꾸고 이사도 했어, 마침 친오빠가 집을 알아본다고 해서 같이 합쳐서 구했어. 우리 친오빠 알지? 맞다, 회사도 새로운 곳으로 옮겼어. 조그마한 설계사 사무소이지만 사람들이 너무 좋아. 특히 대표님이 너무 잘해 주셔. 그리고 나 열심히 살려고 올봄부터 야간대 다녀. 정말 열심히 살고 있어. 그런데 오빠 생각이 자꾸 들더라, 생각도 많이 나고 정말 보고 싶고 그래서 몇 번이나 통화하려고 번호를 누르려다, 그만뒀어. 여러 번 망설였어. 내가 오빠에게 못 할 짓을 한 것 같아서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어. 그래도 오늘은 오빠 목소리 너무 듣고 싶어 전화했는데, 그랬는데, 있잖아, 이렇게 오빠 목소리 들으니 너무 좋다. 오빠 미안했어. 나 용서받고 싶어. 앞으로 잘 할 거야.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
진심인 것 같았다. 예전 만날 때도 만날 때만큼은 진심이었으니깐. 용서하기로 했다.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조심스럽게 시작했고, 예전보다 더 자주 깊게 만났다. 양가에 서로 소개하고 과거는 모두 잊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로.
하지만, 세상일이 다 그렇듯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만나는 동안, 나에게도 감이란 게 생겼다. 이를테면 곤충 더듬이 같은 촉각.
차 안에서 울리는 전화는 받지 않고 그냥 끊어버린다든지, 같이 있을 때 누군가에게 전화가 오면 서둘러 자리를 뜬다든지, 누구냐고 물으면 회사일이야, 라면 서둘러 답했던 일들. 이제 나의 더듬이는 과거와는 달리 이러한 징후들을 쉽게 포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그녀의 집에서 같이 맞이하는 일요일 아침, 그녀가 화장실 간 사이 메시지가 왔다.
사랑하는 공주님, 일어났나요? 전화 기다릴게요.
메시지를 본 나는 이성을 잃었다. 바로 전화를 했다. 하지만 상대가 전화를 받기도 전에 그녀가 휴대폰을 낚아 체 가더니,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요. 라면 끊어 버렸다. 화를 내고 따졌지만, 그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은 상대는 그녀가 이직 한 회사의 대표였고 유부남에 애도 있었다. 웃기는 일이다. 세상에 어떻게 확률적으로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그것도 한 여자에게서 두 번이나 나에게 일어나는 것일까. 이건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한번은 실수이라지만 두 번은 본인 탓이라 했다. 그래서 깔끔히 끝내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모든 걸 잊기 위해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