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퍼스널 컴퓨터 이야기
내가 처음 PC를 가지게 된 건 1988년 중2 때였다.
지금은 사라진 대우전자의 아이큐 2000 이었다. 그건 일본의 MSX2를 가져다가 요즘 말로 택갈이한 PC였다.
기본 ROM에 MSX 베이직이 깔린 PC였고, 수많은 날을 베이직 코딩과 함께 했다.


당시에는 베이직 코드가 실린 게임 책들이 제법 많았다. 책에 나온 코드를 그대로 한 땀 한 땀 타이핑하고 RUN & ENTER 키를 눌렀을 때, 실행되는 게임이 어린 나이에 그렇게 황홀할 수 없었다.
물론 syntax error는 하나씩 찾아가며 수정해야 했다.
이렇게 코딩에 대한 개념과 프로그램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 개발자가 된 것도 어쩌면 이때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경험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책에 있는 모든 게임을 다 타이핑했었지. 암.
나의 첫 PC와의 기억 중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일화가 있다.
당시 딸려온 레코더, 그러니깐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가 있었는데, 그건 저장 장치였다.
1988년 당시는 인터넷 사용 전이였고, 더군다나 pc 통신도 16bit PC 이후에 나 사용되었다. 정보 접근이 매우 한정적이었던 시기였다.
나는 레코더 사용법을 몰랐다. 알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PC 살 때 같이 동봉된 매뉴얼뿐이었다. 하지만 이걸 읽을리 만무하지 않은가.
무식하지만 반나절 타이핑한 걸 날리고 다음날 다시 타이핑하곤 했다. 그런데 우연찮게 테이프에 저장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마이크로 소프트웨어라는 PC 잡지를 통해서 안거라 짐작한다.
좌우지간 그동안 했던 헛짓에 어이없었던 게 아니라 오히려 지금이라도 안 것에 너무나 기뻤다. 무엇보다 힘들게 코딩한 걸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의욕이 넘쳐났다.
내가 모른다는 걸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무지는 배움의 기회다.

저 드라이버로 삐~이익 소리가 날카롭게 나도록 음질을 맞춰야 했다. 그래야만 로딩이 됐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절묘한 조합이란 이런 게 아닐까.

그리운 마소잡지여.
지금 창밖은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다. 비로 인해 마음이 차분해진다. 날씨 탓 인가.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몇 안 되는 나의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