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공포..
글을 오늘 너무 많이 쓰네요. 죄송.
오늘은 오전에 살짝 설계만하고 코딩은 안하고
이유가 있어서 책을 보고 있어요. 생각이란게 폭발하네요.
하지만 이 이야기는 살짝 재밌을 겁니다..
때는 총각시절. 21살쯤이었어요.
저는 청소년때부터 불교수련회에 매달 꼬박꼬박 가다가(좋아하는 애가 있었음)
20살 넘어 성인이 되면서 도우미로 참여를 했었습니다.
당시 모임이 있어서 애들을 보러 경주로 놀러 갔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부산이었고
당일치기로 놀러 갔었죠. 문제는 제가 당시 카드도 없었고 가져온 현금을
다 동생들 사주느라 써버렸다는 데에 있었는데요.
저녁에 되자 부산으로 내려갈 차비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아버지에게 송금을 부탁하는 전화를 드렸는데요. 일요일은 송금불가.
하루만 자면 되는데. 마침 불교수련회 본부에는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1살아래 여자 동생이 당시 그 공간에서 몇달째 살고 있더라구요.
남녀칠세 쿨럭.. 그래서 좀 그랬어요. 함께 있기가. ㅎ
문득 드는 생각이 나 곧 군대가니까 좋은 경험 한번 해볼까?
그냥 부산으로 걸어가보자. 이정도 일탈은 유명한 사람들 다 해봤던데?
그래서 미쳐 가지고 그냥 저녁 10시경 경주 불교수련회 건물에서 나옵니다.
여름이라 춥지는 않았습니다만 반팔, 반바지.
부산이 어느 방향인지도 몰랐습니다.
지나가다가 사람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부산이 어느 방향이냐고?
대답하는 사람마다 다 달라..ㄷㄷ
그래서 짱구머리를 굴렸습니다. 고속도로로 가면 되겠네.
고속도로에는 이정표가 있을테니. 여기서부터가 미친 건데요.
아직도 기억납니다. 경주 톨게이트 근방의 "부산 78Km" 이정표.
톨게이트를 그냥 걸어서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안되는 것이었는데
마침 차량사고가 톨게이트 전후로 있었습니다.
사고차량 관련자인 것처럼 보였겠습니다. 아무도 저지를 하지 않고
고속도로로 쉽게 들어갔어요. 갓길로.
어디보자. 시속 7Km로 걸으면 11시간이면 되겠네.
중간중간 부산종점 남은 거리가 표시되어 있었고 종종걸음으로
시간측정을 해보니 시속 6~7Km가 나왔습니다. 계속 걸었습니다.
새벽 3시쯤이 되자 매우 어두운 밤이 되었습니다.
걸으면서 갓길에 가로등이 없는 지역이 있었는데 차가 없으니
정말 아무것도 안보이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멈췄다가 차가 지나가면
달려가고 그랬습니다. 달리는 차들이 놀랐을 것 같습니다. 귀신?
이때까지 아무런 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대형 10톤 트럭같은 차량이 제 옆으로 지나가면서 놀래서
"빠앙빵" 경적을 울리는데 제가 그 차량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을 느꼈습니다.
속도가 빠른 대형차는 바람을 일으키는 겁니다.
만약 누군가 운전을 대충하면서 갓길을 침범하면 저는 바로 죽는 거죠.
갑자기 어마어마한 겁이 나더군요. 죽음의 공포.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앞으로 가야할 길은 60킬로, 다시 돌아갈 길은 20킬로.
여기서 주저앉으면 다시는 못 걸을 것 같다는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하지? 멈추지도 못하고 앞으로 가지고 못하고 돌아가지도 못하겠다.
일단 공포를 이겨내자 싶었으나 주마등 같은 이미지가 막 지나가더군요.
행복했던 시간들, 어릴 적 친구들, 부모, 친척.
그때 불교활동하면서 읽었던 붓다 만화책이 생각났습니다. 아톰작가가 그린.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생각하자!
나는 이 우주의 먼저처럼 작은 존재다. 내가 죽고 말고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내가 죽을 날이면 죽고 아닌 날이면 살겠지.
그 마인드컨트롤 덕분에 온몸이 떨리는 현상이 확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두번째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갓길이 없는 구간이 있는 겁니다.
산의 절벽으로 이어져 돌아가는 차로의 진입부분부터는 갓길이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저 뒤로는 눈으로 확인도 불가하여 갓길이 잠깐 없는 건지
계속 없는 것인지조차 식별이 안되었습니다.
저기를 그냥 가면 아까 그런 트럭이 지나가면 바로 휩쓸려 죽을 것 같았습니다.
입고 있는 것은 하얀색 반팔 티셔츠 하나. 히치하이킹을 해야겠다.
반팔 티셔츠를 벗어서 흔들었습니다. 차들은 시속 100킬로 이상인 것 같았고
대부분의 차들은 놀라서 빵빵거리거나 그냥 지나가고
몇번정도는 차들이 속도를 줄이려고 했다가 너무 속도가 빨라서 포기하고 가더군요.
제가 선 위치에는 멈출 수가 없는 겁니다. 저를 인지하면 이미 훨씬 지나쳐 버리는 속도.
남은 길은 55킬로, 돌아갈 길은 25킬로. 새벽 4시경.
곧 아침이 될 것 같고 아침만 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지나가는 차도 별로 없었구요.
갓길밖에 숲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좀 잘까? 산짐승이 있을지도.
반팔이라 추운데 괜찮을까? 갓길이 끝나는 것을 알리는 표지판 옆에
노란 등이 하나 있었습니다. (감전될 수도 있지만) 저 등을 감싸고 자면 따뜻할까?
등을 만져봤습니다. ㅎㅎ 새벽이라 차갑더군요.
그래서 포기하고 25킬로를 되돌아가는 것을 택했습니다.
가끔 차도 지나가니까 혹시 또 세워줄 수도 있겠지 하며.
차가 지나가면 반쯤 포기한 채로 택시잡드시 손만 올렸습니다.
그러다 조금 있으니 경찰차가 오더군요. (아마 좀전에 놀란 차들이 신고했을듯)
제 앞에 서더니 저를 태워줬습니다.
그리고 제게 여러가지를 묻더군요.
왜 여기에 있나? 차비가 없어서 걸어가려 했다.
목적지가 어디냐? 부산에 산다. 온천동.
거기 큰 백화점이 있는데 알고 있느냐? 부산백화점 안다.
아마 제가 간첩이 아닌지 확인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휴게소까지 태워줬습니다.
휴게소에서 화장실에 들리니까 제 오른쪽 반신이 아주 더려워져 있더군요.
차에 부딧칠까봐 갓길중에서도 최대한 오른쪽으로 붙는 바람에 나뭇가지의
먼지들이 제 오른쪽 반신을 쓸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화장실에서 히치하이킹을 했습니다.
저기요 혹시 부산으로 내려가시면 함께 타고 가도 될까요?
다행히 기독교 새벽기도 봉고차량을 얻어다가 타고 갔습니다. 나 불교신자. ㅎ
아침 태양이 떠오르는 그 느낌이 아직 생생합니다~
해운대 할머니집에서 내려서 인사드리고 택시비 얻어서 온천동까지 갔습니다.
그때가 우리 집(아버지집)이 제일 잘 살던 때였습니다.
온천동 부자동네의 마당에 나무들이 무성한 2층주택.
집에 도착하니 꽤 감격스럽더군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