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그대로 사는 얘기 적고 갑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제 입사한 지 3개월 된 신입 개발자입니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경험하고 느껴왔던 것들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2개월 쯤 되고 적응이 나름 됐을 때, 상사가 본격적으로 일을 여럿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본인 생각에는 적어도 2주는 걸릴 것을 금방, 그리고 빈틈 없이 해내는 모습을 보니까 내심 기뻐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셨습니다. 저도 짧은 시간에 인정받는 사람이 됐다는 사실에 기쁘기도 했구요.
그런데 주임이 이직을 이유로 퇴사, 사수의 갑작스런 퇴사로 2명이 공백이 나서 개발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고객사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제가 커스터마이징 해야하는 업무를 부여받았을 때 문제가 생겨났습니다.
제 위로 2명이 퇴사한 것은 그렇다 치는데, 고객사의 무리한 요구는 제가 도무지 처리할 수 없는 업무였습니다. 아무리 꼼꼼히 개발을 해도 반드시 오류가 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우려했던 일이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상사는 그냥 감행하자는 말과 함께 압박을 합니다. 제가 개발한 내용이 그 고객사 뿐만 아니라 모든 고객사가 사용하는 건데, 그 문제있는 프로그램을 갖고 저에게 컴플레인이 날라오는 것을 생각하니 자괴감이 오더라구요. '아, 내가 이런거 개발하려고 4년 동안 학교다니면서 고생을 했나?' '이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무리한 일들을 시키겠지?' 등등의 생각들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게 되었습니다.
가뜩이나 우울증이 있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더 심해지게 되었습니다. 불면, 불안증세는 기본이고, 업무에 집중이 아예 안 되는 상황까지 가게 됐습니다. 밥도 나흘을 먹지 못해 10kg 가량 빠지기도 했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쉬는 날 동안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초중고대, 그리고 취업까지, 주체의식 없이 쉼없이 달려온 제 자신에 대한 회상, 제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했던 점, 남의 돈 버는 일이 정말정말 어렵다는 점, 사회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는 점 등을요.
업무에 더 지장을 주게 된다면 퇴사할 예정입니다. 제 건강을 위해, 회사를 위해서라도 말이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