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를 치면서 든 생각 - 개발자 Edition
안녕하세요. 포커를 조금 치다가 몇 달간 끊고, 백수가 되고 여친하고 헤어진 뒤 할 게 없어서 당분간은 쉴 겸 포커를 다시 치고 다녔는데, APL에서 100만원짜리 바인해서 160만원어치 상금을 타기도 하고, 온라인 포커 앱 토너먼트에서 바이인한 코인보다 더 높은 수익을 거두기도 하면서 여러가지 든 생각이 있습니다. 그 생각과 관련하여 글을 좀 쓰고자 합니다. 포커 커뮤니티에는 글을 몇 개 썼었는데 여기에다가도 좀 더 개발자 위주의 관점에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세상은 공부와 개발이 전부가 아니다
포커를 치러 다니다보면 기상천외한 배경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저는 맨날 공부만 하면서 살다가 포커를 치게 된 이후로 이전에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여윳돈도 없으면서 도박하는 막장 인생들도 보고, 취미로 돈 쉽게 쓰는 강남 부자들도 보고, 열심히 치는 프로 선수들도 같은 테이블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런 곳에서 정말 공부하는 샌님이었습니다.
다른 상황에서 느끼기도 했지만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경험해봐야 어떤 일련의 감각이 늘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포커 치면서 사람들이 블러핑하는 거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도 좀 기른 것 같습니다. (ex. 사기꾼의 협박) 이걸 위해서 꼭 포커를 할 필요는 없지만 공부/개발 이외 다른 것들을 많이 접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리스크 테이킹을 어느 정도는 하고 살아야 한다
포커를 치다보면 끊임없이 확률적으로 베팅해야 하는 상황이 나옵니다. 본인이 숏칩이면 이길 확률이 높아봐야 반반인 싸움이더라도 공격적으로 행해야 하고, 플랍/턴/리버가 깔리는 과정에서 아웃츠를 끊임없이 계산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본인이 이길 확률은 100%가 아닙니다. 가장 좋은 핸드인 AA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헤즈업 프리플랍 올인을 했을 때 질 확률이 낮으면 7%, 높으면 20% 정도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잘하는 프로 선수라 하더라도 일반인이 그들을 이기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그것이 또 포커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논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저는 9급 공무원 경쟁률이 100:1을 넘어가는 등의 기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거의 최저에 가까운 연봉으로 시작하고, 50~60대가 되어서야 그나마 먹고 살만해지는 직업이 단순히 짤릴 위험이 없다는 이유로 이렇게 인기가 높아야 했나 싶었습니다.
물론 사람의 성향에 따라 리스크 테이킹을 얼마냐 하느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극단적으로 리스크 테이킹을 해서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보수적으로 본업하면서 채권이나 ETF 정도만 매매하기도 하죠. 선택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리스크 테이킹을 아예 안 하면 결국 보상은 거의 zero입니다. 아니, negative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당신이 가진 캐시의 가치를 서서히 갉아먹고 있으니까요. 욕심 없이 살면 별 상관은 없는데, 돈이든 좋은 인프라든 뭐든 욕심이 어느 정도 있는 분들은 리스크 테이킹을 어느 정도는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optimal한 전략을 알아보려는 노력도 없이 그냥 돈을 가져다가 박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인생 파탄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신중을 기해야겠죠.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줄 아는 메리트는 분명히 크다
그나마 여기가 개발자 커뮤니티라 개발 관련된 상식이 통하는 거지, 개발이랑 거리가 먼 사람들은 소프트웨어에 대해서 그냥 까막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최근에 컴퓨터 조립업체로부터 사기당한 적이 있는데, 특정 CPU가 램컨이 어쩌구하면서 메인보드랑 호환이 안 된다는 개소리를 시전하면서 저한테 부품 교체를 강매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한테는 소프트웨어랑 하드웨어는 마치 인공지능처럼 일종의 블랙박스입니다.
그런데 포커판에서 돈 많은 사람들을 보면 그냥 많이 상속받은 사람들도 있지만, 사람 관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든 영업을 잘하든 해서 어떤 식으로든 돈을 많이 법니다. 제가 뭐 어떤 식으로 돈 버는 사람들 만났다고 여기에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음지부터 시작해서 합법적인 영역까지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돈 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도 본인이 소프트웨어 개발은 못하지만, 그런 걸 활용해서 본인의 사업의 profit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압니다. 그래서 개발자 채용에 적극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본인이 개발을 잘한다면, 이런 사업에 초기 멤버로 합류해서 크게 엑싯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겠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