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국비에서 네카라 개발자가 되기까지
나는 철이 늦게 들었다. 집이 가난함에도 부모님의 삶의 무게를 알지 못했고,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채 성인이 되어 사회를 마주하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도피성으로 선택한 재수와 공무원 시험은 모두 낙방하고 군대로 도망쳤다.
평소에 그렇게 강인하시던 어머니께서 못난 아들을 군대에 보내신다고 눈물을 흘리셨다.
이때 처음으로 가족과 사소한것에 소중함을 느꼈던것 같다. 군대가 그나마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전역 후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해보고 개발자를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일을 안할수는 없었다. 집은 많이 힘들어졌고 돈을 벌어야 했다. 돈을 벌면서 IT 학원을 등록했고 난생 처음으로 할부로 결제해봤다.
8개월 정도 C언어, 자료구조, 리눅스, 네트워크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모든 문제와 과제를 1등으로 제출하였다.
그럼에도 계속 취업에 대해 불안해하니 C언어를 가르쳐주셨던 학원 선생님께서 수업중에 좋은 대학을 다니시는 몇몇 수강생을 가리키며 질문하셨다.
'너 대학 어디 다녀?' 수강생분들의 대답을 들으신 후 나에게 다시 질문하셨다. '너가 저분들보다 잘하는데 뭐가 걱정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순간이다. 고졸 수강생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저렇게 까지 말씀해주시는 분이 어디 있을까..
8개월 과정을 마치고 국비 지원을 신청하니 이것도 쉽지 않더라.. 취업 지원 기관은 고졸에게 지원을 해주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8개월 동안 학원에서 수업을 들으며 필기한 내용을 사진을 찍어 보내고 매번 1등으로 과제를 제출했다고 담당자분께 호소했다.
다행히 2개월 정도 검토과정을 거쳐 국비 지원을 받게 되었다. 평일은 아침 9시부터 저녁 11시까지 공부했고, 주말엔 알바를 했다.
포토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중요한것 같지가 않았다. 전공지식이 부족했고, 학원 선생님께 따로 공부한다고 말씀드렸다.
2개월 정도 짧은 기간동안 OS 와 디자인 패턴을 공부했고, SQLD 자격증 공부를 했다.
그렇게 포토폴리오 없이 6개월 과정을 마치고 취업 활동에 나섰다.
당연한 소리지만 대기업은 꿈도 꾸지 못했고, 다행히 자격증을 보고 흥미를 보이는 몇몇 중소기업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취업한 곳에선 11가지 면접 질문을 준비하셨는데 모두 DB와 관련된 질문이었다.
이력서에 SQLD 하나 말고 특별한게 없어서 그러셨던것 같다. 인덱스 스캔 방식 및 조인 방식, 오라클 옵티마이저 힌트 등이었다.
면접이 끝난 후 면접관분께서 말씀하셨다.
'질문에 모두 대답한 사람은 지원자분께서 처음이셨어요. 우리 회사가 아닌 다른곳을 가셔도 정말 성공하실분입니다.'
그렇게 신입 개발자가 되었지만 모든게 어려웠고 부족한게 너무 많았다.
spring framework, 버전 관리툴, 인프라, WAS, HTTP 프로토콜등.. 기초적인 것도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알고있는게 없었다.
그래도 월급을 받으니 여유가 있었다.
1년에 책을 100만원어치씩 사서 점심시간, 퇴근 후 2시간, 주말엔 4시간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했다.
인프런에서 인강을 사서 출퇴근 2시간을 활용해 하루도 빠짐없이 들었다.
느리지만 꾸준히 공부하니 어려운 과제도 많이 주어졌다.
ELK 를 활용하여 로그 및 알림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시보드를 만들고,
카프카 클러스터 구축, 관리, ACL 설정 및 클라이언트 연동 가이드도 제공하고,
Zookeeper 를 활용하여 배치 프로세스의 리더를 선출하고,
모놀리스 서비스를 MSA 형태로 마이그레이션 하였다.
회사에선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는 직원으로 개발팀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에도 알려져 있었고, 공부 좀 그만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KPI 에 여행을 넣어보자고 팀장님께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권유를(실제로 포함됐다) 하셨는데 퇴사전까지 결국 달성하지 못했다.
그렇게 3년차가 되었고, 하는일이 반복 업무처럼 느껴졌다. 이직을 해야하지만 알고리즘 문제풀이를 해본적이 없었다.
회사와 병행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느꼈고 퇴사 후 4개월정도 준비했다. 솔직히 이때도 대기업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냥 서류라도 넣어보자 하는 마음에 지원했는데, 모든 전형을 통과하고 약 6년만에 꿈에 그리던 기업에 오게됐다.
2차 면접당시 면접관분께서 나에게 목에 칼이 들어와있는것처럼 보인다고 하셨다.
무슨 말인지 의아해 하니 공부를 멈추면 죽을 것 같은 사람처럼 보인다고 조금 내려놓아도 괜찮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렇게 현 회사에서 잘적응을 하고 이제는 4년차 개발자가 되었다. 여전히 공부좀 그만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며칠 전 회사 동료분과 석촌호수에 가서 큰 건물이 보이길래 질문을 드렸다. '저 건물은 뭔가요?' 동료분께선 나에게 다시 물으셨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건물이 뭔가요?' 나는 당당하게 63빌딩이라고 대답했고 당연히 틀렸다.
롯데타워를 모르는 사람을 처음 본다고 하시더라..
나도 공부를 그만하고 싶다. 일이 적성에 안맞는건 아니지만 재밌는 공부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부모님이 짊어지시던 삶의 무게를 이젠 내가 지어여야 하기 때문에 그만두지 못한다.
철없던 시절에 공부를 하지 않았던, 부모님 속을 썩였던 지난날에 과오를 갚아나가는게 내 삶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