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개발자의 지방 스타트업 1년 동안의 회고
어제 사직서를 결국 던지게 되었습니다.
인수인계나 정리로 인해서 1달은 더 있어야 하지만요.
이전 직장도 경영악화와 줄 퇴사로 인해 54명이었던 인원이 25명이 되어 결국 1년도 채 되지 못하고 퇴사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 스타트업에 들어와서 1년을 채우고 퇴사하게 되었네요. 처음 들어왔을 때는 직원 7명이었는데 나름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입사하고 3개월 만에 줄 퇴사를 하더군요... 저 포함 직원이 2명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사람 다시 뽑는다는 소식에 기다렸지만 디자이너는 1명, 개발자 1명 뽑았지만 개발자는 실력이 아예 없어서 결국 얼마 안가 퇴사했네요. 그래서 지금까지 이 회사의 모든 개발은 저 혼자 담당했네요.
덕분에 c# 개발자로 들어와서 기껏해야 c#와 MsSql, MySql 밖에 할 줄 몰랐는데 이제는 c++, 안드로이드 자바, 코틀린, 플루터, 아이폰 스위프트, mongoDB, AWS, Node.js, 아두이노 정도 할 줄 아네요. 여기서 c#와 안드로이드 외에는 유지보수 정도만 가능한 아주 적은 실력이지만요. c++은 대게 dll을 만들어서 최적화 때문이나 포인터 때문에 종종 쓰네요. 그 외에는 흔하게 쓰이는 디자인 모델 mvc, mvvm 정도겠네요.
대표가 사람을 비용으로만 보고 일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게 참 힘들긴하네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는...
첫번째로
들어온지 5개월 쯤 됬을 때는 이 회사가 예전에 만든 제품의 성능 평가를 다시 봐야한다고 해서 대학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전 무의미한 성능평가를 치고 있었죠. 그 이유는 애초에 되지도 않는 성능에 대해 일단 성능 평가를 작성했었다는 것이죠. 참... 이게 맞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뭐 까라면 까야지 하고 결국 가라는 아닌데 편법으로 무사히 성능 평가를 넘겼죠.
두번째 에피소드로는
한번은 국가 사업을 따내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좀 큰거 더라고요. 억단위던데... 문제는 이 사업 계획서도 가짜라고 할까요? 편법이라 할까요? 없는 물품을 있다고 작성하고, 직원은 저 포함 4명인데 국가사업 최소 인원 5명 이상이고, 그렇게 따냈더라고요... 나머지 한명은 서류상 직원인지 어떤지는 몰라요. 다만 한번도 뵌적도 없고 일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 후 진짜 물건이 있나 확인하러 감사가 왔습니다.
부랴부랴 없는 서버 장비 구하려고 하는데 3일 만에 구해지나요... 저한테 하는 말이 여기가 경상남도 인데 서울에 판매하니까 받아오랍니다. 차도 없는데... 랙에 들어가는 서버 장비 다들 아시죠? 무게 40키로 되는 물건 입니다. 하지만 대표는 랙 장비가 뭔지도 모르는 개발에 ㄱ도 모르는 사람이었죠.
전 거절했죠. 결국 부산에서 어찌저찌 구했지만 그럼 뭐하나요. 그 서버 안에 들어가는 기타 하드나 그래픽카드가 하나도 없는걸요. 하지만 감사가 왔을 때는 안에 들어있다고 구라를 쳤죠. 결국 그때도 어찌저찌 넘어갔습니다.
세번째 에피소드로는
그 국가사업으로 기계를 하나 만들어야 합니다. 들어보니 전자공학, 인체공학,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전공지식이 필요하더군요. 그런데 그런 직원이 어디있나요. 소프트웨어는 제가 해도 여긴 저 말고 디자이너 밖에 없는 걸요. 그런데 어떻게든 되더군요. 외주도 맡기고 여기저기 전화 많이 돌리고 해서 교수님들 도움도 받고 비슷한거 만든거 사다가 분해해서 넣기도 하고 그렇게 했네요...
그렇지만 3명 뿐인데 잘 안되죠. 애초에 전공자가 없는걸요. 하루는 새벽 1시 넘어서 퇴근도 했네요. 그러다 제 일도 아닌데 빨리 안되니까 저한테 쿠사리를 넣기도 하시고요...
문제는... 이제 보고서를 작성해야 되는데 말이죠... 거기에 쓰인 코드 소스들이랑 실행파일 사용 설명서 db를 보내라고 했다네요...
하지만 저희가 만든게 아닌 프로그램이 많아서 소스는 없고, 당연 db 접근도 안되고, 설명서는 제가 만들고 있네요ㅎㅎㅎㅎㅎ 남은 없는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네번째는...
외주를 맡겼는데요. 전 그 관리를 제가 할 줄은 몰랐어요. 결국 전 PM 역할도 했답니다 ㅎㅎ, 그것도 프로젝트 2개나요 ㅎㅎㅎㅎ
근데 이게 계약서도 제대로 된게 없는 계약이라서 말이죠. 외주 개발을 맡기면 기간이나, 구현되야될 목록을 정하잖아요. 그런데 대표가 급하다고 그냥 계약을 하시더군요. 외주 개발자는 서울에 살아서 미팅도 안되고 미치겠네요. 외주 개발자가 만들어주면 또 제가 일일히 테스트 합니다. 대표랑 같이 테스트를 하는데요. 그럼 대표는 저한테 왜 이거 이거 안되냐고 물어보죠. 제가 개발을 했나요. 전화해서 물어봐야 한다 하니 뭐라 하시네요.(애초에 요청하지도 않은 내용입니다.)
근데 또 저한테 PM을 맡으라고 직접 이야긴 안했어요. 다만 틈만나면 너가 연락해서, 요청사항 있으면 내일이나 모레까지 받아라~ 안된다고 하시면 표정 나빠지시고 말이죠. 느낌 상 단가도 엄청 낮게 주신거 같던데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는 제 입장이 참... 외주 개발자한테 미안하더군요. 최근엔 3명 밖에 없는데 그 중 상사도 제가 더 신경쓰라고 하네요... 이건 제 일이 아닌데 말이죠.
대표는 뭐 해놓으라고 절 쪼으고, 외주는 갑작스럽게 계속 요청하니 눈치주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실 이 이야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라 결론은 아직 없네요 ㅎㅎ
다섯번째는
조금 예전인데 사무실을 이사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인터넷 선로를 구성해야 되더군요. 제가 했습니다 ㅎㅎ 군대에서 전산병이라서 할 줄은 알았거든요. 랜선도 사고 RJ45도 사고 랜 테스터기도 사고 랜 툴기도 샀네요. 그렇게 혼자서 사무실의 선을 다 구성하고 몰딩도 깔끔하게 했네요. 그 후... 인터넷 문제나 전화 문제 생기면 저를 계속 부르네요... 왜 했을까요. 후회가 큽니다. 근데 사실 이거 제가 안했어도 뭐 안되면 저를 불렀을 꺼에요. 그나마 선로를 제가 알고 있으니 조치가 될 때가 있더군요. 인터넷 기사님 부를 때도 원인 전달도 잘되고... 라고 스스로를 위로 합니다.
현재는 PM을 하고 있다고는 했는데 제 일은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 이유는 제가 지금 당장 급하게 만들어야 될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고 애초에 전 개발자로 들어 왔는걸요. 하지만 이거 좀 많이 어렵더라고요. 소스도 없고... 여태까지 모든 것을 사수 없이 혼자 했지만 이건 좀 스스로의 한계를 느낄 정도네요. 그 와중에 PM 역할로 프로젝트 2개도 관리해야 되고, 각종 사용설명서 제작도 해야되고~, 아이폰 안드로이드 백엔드 윈도우 프로그램 유니티 게임, 외주 맡은 프로젝트 인수인계서도 다 만들어야 되는데 말이죠...
전 마지막엔 휴가를 쓰고 쉬고 나갈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지난 2월 부터 연차가 없더라고요 ㅎㅎ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차가 없고, 그러니 연차를 안쓰고 나갈 때 주는 연차 수당도 없고, 야근 수당도 없고 지금까지 상여금도 하나도 없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틴 이유는... 첫 회사를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나갔기에 이번에도 그러면 이직이 힘들겠다 싶어서 버텼습니다.
하지만 이젠 편법으로 사업계획서 작성하는걸 돕고 하는거에 양심에 가책도 느끼고, 사실 신고하면 정말 걸릴께 많아요. 민감한 에피소드도 더 있고요. 하지만 그런 내용은 너무나 조심스러워서 적진 않겠습니다.
결국 전 3000만원도 안되는 연봉 받고 이 짓을 하기 싫어서 퇴사 합니다. 자진 퇴사라 실업급여는 없지만요 ㅠㅠ
결론, 다시는 스타트업 들어가도 아니다 싶으면 바로 나올껍니다. 스타트업 자체가 나쁜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죽어도 거릅니다. 계약서에 연차, 보너스 등 모든 걸 명시하지 않는 이상 약속이 없는 회사는 절대 지원도 안할꺼에요. 일단 한달 쉬고 이직하려고 합니다. 그때는 지방을 떠날 생각도 해야겠죠.
이젠 정말 괜찮은 회사에 들어가 시니어 이상의 개발자에게 배우며 하고 싶네요 ㅠㅠ
(사직서 제출 기념으로 주저리 주저리 써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