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안되는 회사
참고로 이 문제는 개발자 대 개발자가 소통이 안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backend 8개월차고 이 회사에 입사한지는 4개월이 되었네요. 저는 이 회사의 개발팀에 혼자있구요. 이 회사는 진짜 진짜 작은 회사입니다.
제가 출근하는 사무실에는 저, cs팀장님, 대표님 이렇게 총 3명이 있습니다. 상기 언급처럼 진짜 진짜 작죠?
두 분이서 다른 사무실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기도 한데, 사실 저는 코드만 보고 있고 회사 이야기는 하나도 제대로 들은게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여기에 개발 문서만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개발자들이 다 도망간 건 이유가 있었어...
이번에 미팅을 다녀오시면서 개발 데드라인을 잡아오셨습니다. 저한테 미팅에 대한 언급 한 번 없으시다가, 미팅 다녀오시고 1주일 뒤에 화면단 table data 변동되는 부분만 설명된 기획안 같은걸 주시면서 한 달 남았다고 개발하라고 하시더라구요.
아, cs팀장님은 미팅 전날 퇴근 직전에 고민이 필요한 개발 사안 같은 걸 여쭤보시긴 하셨네요. ㅋㅋㅋ
저는 기획안 전달받은 후에 다른 개발 작업을 진행하다가 1주일이 지나 답답해서 cs팀장님께 요구사항을 추가로 요청드렸습니다. 협력사에서 회신이 오면 요구사항을 전달해주겠다고 하시더라구요. 한나절 뒤에 필요한 데이터를 구두로 전달해주셨습니다. 거의 스무고개 형식으로요.
구두로 데이터 전달이라니.. 실로 위험한 방식이지 않나요? 그래서 cs팀장님께 요구사항 정의서같은 문서도 아니고 그냥 협의내용 정리를 부탁드렸습니다. 그런데 사흘간 전달을 안해주시다가 돌아온 답은 대표님이 주신 문서로는 안돼요? 였다네요.
네 화면 변화 말고 필요 데이터 정리해주세요 :)
그렇게 미루고 미뤄서 받은 내용이 제가 스무고개 해서 구두로 얻었던 정보보다 미흡하구요.
사실 저 분께 요구사항이나 기타 문서를 요청드리면 본인이 완전 PM이네~ 뭐네~ 담배를 태우며 전화 붙들고 떠들기만 하시고 영 함흥차사라 확인차 다시 요청드리면 항상 깜빡했어요, 하고있어요. 하고계시기에 이번에도 분명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이번엔 데드라인이 한달 뒤인걸요..?
미팅은 2주 전에 있었던 일이고 그 전에도 이미 오갔던 연락들이 있었을텐데, 그 사이에 제가 한번도 정보를 얻지 못한 것이 과연 저를 직원으로 생각하고 계시긴 한 건지 의심이 되고.. 또 미팅 후 2주간 협의 내용이 전혀 문서화 되어있지 않은 부분은 회사가 걱정되기까지 합니다.
지금 2주 반이나 지난 뒤에 명탐정 코*처럼 추리로 알게된 요구사항은 레거시 데이터베이스 구조로는 천지개벽이 일어나야 가능한 요구사항이라는 겁니다. 세상에. 기획안 화면을 설명 하시며 '여기 데이터 하나 추가되는 거니까 별 거 아니에요' 하셨던 대표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제가 정리한 요구사항을 가지고 이리 저리 짱구를 굴려본 결과 제 대답은 '이거 그 때 까지 안 될 거 같은데요.' 였습니다. 그래서 아주 단호하게 말씀드렸는데 cs팀장님은 '잘부탁드림돠. ' 하시고 칼퇴를 하시니 저는 화가 나네요.
사실 요구사항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요구사항 추가 없이 이 상태로 오픈한다고 해도 예상 최대 트래픽의 5%도 견디지 못 할 상태입니다. 서버 구성은 정말 신기하고요.. discovery, backup, health check 등등 뭐.. 전혀 되고 있지 않습니다. 부하 분산 대책? 물론 없습니다.
한 달안에 개발과 안정성 모두 해결은 "당근빳따" 불가능이죠.
대표님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이 일이 있기 전부터 굴뚝같았는데요... 저한테는 일정 공유를 전~혀 해주시질 않아서 오늘 출근은 하시는지 하시면 몇시에 오시는지, 전화를 드려도 바쁘시면 받지 않으시고 회신도 안해주셔서 이야기 할 기회가 참 없네요. 보고서 형식으로 상소문이라도 올려야겠습니다.
저는 여기 이제 4개월 정도 있었는데요. 이제 막 기술 협력을 위해 미팅오신 분들이 내부 사정을 더 잘 알고 계시더라구요.
'@@씨는 그 사안 몰라요. 제가 말 안했어요.'
대표님께서 그 분들께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이제 대표님이 저에게는 알려주지 않으시고 다른 분들, 심지어 외부 분들께도 알려주신 사내 정보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이제 좀 알려주셨으면 좋겠네요.
일정표를 작성케 하여 공유 받으시고 윗 분들은 업무 내용 공유도 없이 갑작스래 새롭고 촉박한 데드라인을 던져주셔놓고 지금 이전의 일정이 안지켜지고 있는 거냐고 추궁하시는 모습이 점점 무섭기도 합니다.
신입으로 신입 연봉받고 있고, 야근수당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았으니 지급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내 공부 내 커리어 열심히 챙기면서 해보자 싶다가도 허수아비 취급에 이게 맞나? 싶습니다.
4개월 간 스파게티 레거시 유지보수 한다고 아무것도 한 게 없어서 지금 시작한 프로젝트는 끝내고 나가야지 싶은데 소외감과 무능함 "당하는" 느낌에 겁나게 무기력해지네요.
전에 있던 개발팀장님이 저 입사한지 한달만에 빤쭈런 하셔서 오지게 욕 박았는데 그 이유를 알겠네요. 개발팀장님이 말하셨던 회사가 대화가 안통한다던 그 말들도 알겠고 개발팀장님과 cs팀장님이 왜 사이가 안좋았는지도 알겠으며.. 대표님이 이전 개발자분들 전부 성격이 별로였다고 말한 이유도 이제 알겠습니다.
이전 개발자분들 성격이 별로였던 이유는 다 회사탓인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항상 저보고 밝아서 좋다고 하셨는데 저도 얼마 못갈 것 같습니다.
저에게 그림자가 지든 회사가 불에 타 재가 되든 둘 중 하나는 아주 새까맣게 되고 말 것이다.
이런 저런 푸념을 해보았습니다.
털어놓으니 조금 속이 편하군요..
내가 문젠가..?
그건 아닌듯!!
다들.. 이직하라고 하시겠지만
아직.. 아직입니다..
okky에 푸념만 하러 오는 것 같군요..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