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에 대한 얘기 (Feat. 구글 가는 법)
요새 이직하는 사이에 시간이 떠서 뻘글을 많이 쓰게 되네요 ㅎㅎ 오늘은 학벌 관련한 얘길 해보려 합니다.
1. 학벌 vs 학력
우리나라에선 특이하게 학벌과 학력이 혼용되어서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모 연예인이 SKY 출신이라고 하면 "고학력자" 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SKY 같은 좋은 학교들은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하는게 더 맞습니다. 학벌의 벌자는 파벌의 그것과 같은 뜻이기 떄문이죠. 학력은 그것과 상관없이 학사학위가 있는지, 석박사 학위가 있는지 등 공부의 이력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유명하지 않은 학교를 나오면 좋은 학벌을 가지긴 어려울지언정 학력을 갖지 못했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이죠.
여기서 얘길 하고 싶은건, 많은 분들이 "학벌"이 좋지 않은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면 좋은 커리어를 가지는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일정 부분은 동의하지만 사실 문제의 근본은 학교마다의 정보의 불균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학교에는 당연한 정보와 사실들이 비교적 그렇지 않은 학교에는 덜 알려져 있는 식인거죠.
결국 학벌을 극복하는 것의 핵심은 "정보의 불균형성" 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개발자 사회에 들어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경력직이 되면 출신학교를 잘 물어보지 않습니다. (물어보더라도 "이 사람 아니?" 이런 질문을 하려고 하는 것이지, "네가 서울대를 나왔으니까 코딩을 짱 잘하겠구나" 는 뜻은 아니라는 겁니다)
2. 학력은 여러모로 도움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좋은 학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대학에 갈 필요는 충분히 존재합니다. 많이 얘기가 나오는 CS 지식들은 대학교에선 당연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지만, 학교 밖에선 마치 천재들이나 이해하는 것처럼 여겨지기 쉽습니다.
또한, 학생만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가 꽤 있습니다. 인턴십, 컨퍼런스, 지원 프로그램 등등... 이런 이벤트에서 인생이 바뀌는 계기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학벌이 좋지 않은 학교를 다닌다고 하더라도요.
마지막으로, 학위를 받으면 신분에 대한 보장이 생기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해외로 일을 하러 나갈 기회가 생겨도 최소 학사학위에서 석사학위가 있으면 고등학교만 졸업한 사람보다 비자를 받는게 더 쉽습니다. 실력과 관계없이 얻을 수 있는 기회의 폭이 줄어드는 것이죠.
3. 학벌이 좋지 않은 학교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최근의 글 (https://okky.kr/article/1074655) 에도 쓰긴 했지만, 결국 저 정보의 불균형성을 해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걸 위해서 네트워킹 등의 기회들을 누리셔야 하구요. (https://okky.kr/article/1077309 의 댓글)
확실한건 자신이 아는 사람의 평균치 주변이 자신의 커리어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 주변의 퀄리티를 계속 올려야 합니다. 제 경험을 공유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려고 했었는데요, 그때 제가 아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저 역시 중소기업에 가려고 했고, 네카라쿠배 같은 직장은 꿈도 못꿀 정도로 멀어 보였습니다. 이때 제 기대 연봉은 2800 정도 됐던 것 같네요.
모종의 계기가 생겨서 대학에 가게 되었는데 (인서울 중위권), 열심히 하는 선배들이 삼성전자, LG전자, 네카라쿠배 같은 직장에 생각보다 쉽게 간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때는 FAANG (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Google) 같은 회사를 가는 사람들이 굉장히 멀어 보였죠. 이때 제 기대 연봉은 4000 정도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모종의 계기로 미국에서 박사를 마치게 되었는데 (서부 주립대), 계기가 있어서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사람들 아니면 FAANG을 너무 쉽게 가는 분위기입니다. 저는 한국이 좋아서 돌아왔지만, 제 친구들 보면 초봉으로 3-4억 정도, 최대로 많이 받은 친구가 초봉으로 5억 정도를 받았습니다. (세금 제외, 스탁옵션 포함 등등) 팀장급 되면 대략 10억 이상은 받는 것 같고요.
참고로 미국 물가, 집세 비싸서 저 연봉이어도 사는거 똑같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실리콘밸리에서도 높은 연봉이 맞습니다. G사 학사 초봉이 대략 2억 언저리인데, 비교하면 대략 느낌이 오시겠죠.
그리고 실력 있는 애들은 자기 스타트업을 해서 대박낼 생각을 하거나, 교수를 하려고 하거나 하는 분위기입니다. 대기업에 가면 자기 캐릭터를 잃어버리고 관료화 될 걸 우려해서요.
그럼 돌아와서, 과연 네카라쿠배 4000 받는 사람이 2800 받는 고졸보다 1.5배 프로그래밍을 잘하냐? 라고 물어본다면... 솔직히 전 잘 모르겠습니다. 전 고등학교 때도 프로그래밍을 잘 했었거든요.
G사 2억 받는 애가 네카라쿠배 4000 받는 사람보다 5배 잘하냐 라고 물어보면, 그건 확실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우리나라 사람들 잘해서, 같은 미국 환경에 있었으면 충분히 하고 싶은 회사 다 갔을거에요.
즉, 돈을 얼마나 잘 받느냐는 실력 보다는 자신이 있는 환경이 훨씬 중요합니다. 물론 최소 수준 이상의 실력은 있어야겠지만,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좋지 않은 환경 안에 있으면 저평가 받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없으면 성장 속도도 비교적 느릴거구요.
4. 마치며
사람은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항상 안될 이유를 찾습니다. 학벌 때문에 안되고, 영어 때문에 안되고, 머리가 나빠서 안되고, 어느 업계에 있기 떄문에 경력을 인정 못받을거고 등등...
그런 악조건들이 패널티가 아니라고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절대 불가능한게 아니고, 미친 천재들이어야만 실리콘 밸리에 가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되는거고, 거기서 그 사람들 하는거 평균치를 따라가다 보면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 출신의 개발자들이 실리콘 밸리에 오는걸 보면, 막 그 친구들이 천재여서 오는게 아니고, 자신의 나라에서 받을 평가와 미국에서의 평가의 격차가 아주 크기 때문에 목숨 걸고 올 수 밖에 없어서 오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지금 환경 안에서 불만이 있으시다면 자신의 탓을 하지 마시고 어떻게 그 환경을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안그래도 한국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지고, 한국 개발자들도 세계적으로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데, 한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저평가를 받는게 너무 아쉬운 마음에, 조금이라도 정보의 격차를 줄이는데 기여하고자 글을 씁니다.
건승하세요.
P.S. 글을 써놓고 보니, 마치 무조건 실리콘 밸리를 오라는 것처럼 읽히는데, 그런건 아니구요. 저만해도 연봉 1/5 깎여도 한국이 좋으니까 왔으니까요.
다만, 저런 기회가 있고, 이 글 보시는 모두가 충분히 도전할만하다는걸 얘기하고 싶어서 쓴 글이니 염두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